![]()
위닝일레븐 온라인을 즐기는 중 벌어진 갖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 구자철 (사진=풋볼리스트)
|
구자철(24, 아우크스부르크)이 온라인 게임 중 굴욕을 당했다? 지난 10일 아우크스부르크의 홈 경기가 끝난 뒤 한국에서 온 35인의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직접 밝힌 에피소드다. 구자철은 매사에 자신의 역할에 열중하는 최고의 프로페셔널로 통한다. 축구 온라인 게임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공식 모델인 그는 그 역할에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지난 12월 1주일 간의 휴가를 얻어 한국에 왔을 때 <위닝일레븐 온라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온라인 상으로 만난 유저들에게 직접 말을 걸며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그런 구자철에게 돌아온 것은 황당한 반응들이었다고. 구자철이 밝힌 <위닝일레븐 온라인>에 대한 무수한 에피소드, 자신만의 위닝 철학, 그리고 대표팀의 위닝 최고수 등을 담은 인터뷰다.
- 새해인사를 해주시겠어요?Koo: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경기(2월 10일 마인츠전) 전에 지동원 선수랑 한국 팬들이 많이 오신다고 해서 굉장히 골을 넣고 싶었습니다. 설날이니까 골 넣고 큰 절을 하자고 했는데 못 해서 아쉽습니다. 유럽은 음력이 없지만 우리에겐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죠.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독일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감사합니다.
- 위닝일레븐 온라인의 공식 모델입니다. 제의를 받고 어떤 기분이었나요?Koo: 안 그래도 위닝 일레븐을 좋아했는데 너무 설렜죠. 콘솔로 굉장히 많이 즐겼던 게임이었어요. 유럽으로 오기 전 제주 유나이티드 시절엔 동료들과 매일 했습니다. 그 위닝 일레븐의 온라인 게임 버전이 생긴다고 했을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위닝 일레븐과 경쟁 중인 다른 온라인 축구 게임에 이청용 선수가 과거 모델을 한 적이 있죠. 그때 청용이가 그러더라고요. 모델이니까 능력치 올리는 선수 카드를 많이 받을 수 있을 거라고.
구자철은 위닝 일레븐 온라인의 모델이 되면서 직접 광고에도 출연했다. 부상 중인 선수가 축구를 그리워한다는 컨셉으로 독일 현지에서 촬영했는데 구자철의 애절하고 압도적인 연기력이 커다란 화제를 모았던 광고였다.
- 절친인 기성용과 구자철이 위닝으로 대결하면 누가 이기나요?Koo: 아직 둘이 붙은 적이 없어요. 인터넷 상황이 좋지 않으니까 온라인도 못 하고 있고. 성용이는 아마 위닝 못할 걸요? 축구만 따지면 배울 게 참 많은 친구인데(웃음). 다음에 시즌 끝나고 휴가 받아서 한국 가면 꼭 붙자고 해야겠네요. 인증샷 올릴게요. 또 상세하게 경기 리포트도 쓰겠습니다.
- 대표팀 선수들끼리 위닝을 많이 하잖아요? 누가 최고수인가요?Koo: 모든 선수와 다 붙어보진 못했는데 제 경험 상으론 청용이인 거 같아요. 정말 잘합니다.
대표팀은 최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 센터에 의무실을 증축하면서 위닝 일레븐을 즐길 수 있는 콘솔과 PC를 확보했다. 그 정도로 위닝은 축구 선수들에게도 큰 인기다. 한 선수는 “위닝을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 만일 에디터를 써서 자신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면 어떤 능력치를 얼마나 올리고 싶나요? Koo: 스피드?(웃음) 스피드를 올려서 실제로 하지 못하는 위협적인 측면 플레이를 위닝에서라도 하고 싶네요. 올릴 수 있다면 99까지 올리고 싶습니다.
- 겨울 휴식기에 잠깐 한국에 들어와서 위닝 온라인을 하고 인증샷을 올렸습니다. Koo: 1주일 동안 한국에 머무는데 사흘간 밤 새서 했어요. 많이 해서 레벨을 올려 능력치를 키우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모델인데, 특별하게 하고 싶어서 채팅 창으로 다른 유저들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나는 Koo’라는 아이디를 쓰는데 “안녕하세요 구자철입니다”라고 했더니 상대방이 “니가 구자철이면 우리 아빠가 펠레다. 그냥 게임이나 해”하고 반응하는 분도 계셨어요. 안 믿어주는 거 같아서 나중에 인증샷 올렸어요. 게임 중에 욕도 하고 상대방 도발하는 게 온라인 게임의 매력 아닌가요? “너 정말 못한다”하고 나가버리면 열 받아서 더 잘하고 싶어지잖아요. 혹시 저 만나면 욕해도 되요. 절대 안 질 거니까.
![]()
휴가 중에도 위닝일레븐 온라인 삼매경에 빠졌던 구자철
|
- 호날두나 베일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자기만의 장기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데 본인만의 특기를 위해 준비하는 건 어떤 게 있나요?Koo: 청소년 시절에 공과 붙어 살았어요. 밤에 라이트를 꺼 놓고 공을 높게 띄워 내 몸에 달라붙도록 트래핑 연습을 했습니다. 벽에 차 놓고 움직여서 잡는 연습 같은 것도 했고요. 프로에 와서 그 효과를 봤습니다. 더 큰 선수가 되고 싶단 생각에 프로에 와서는 슈팅 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기회가 올 때 무의미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나만의 느낌을 만들려고 발목에 힘을 달리하고 스텝에 변화를 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 위닝 온라인에서 구자철 카드를 보신 적 있나요? 만일 직접 카드를 만든다면 종합력을 얼마 정도 줄 건가요?Koo: 종합 90이 톱 플레이어잖아요. 그럼 전 89요. 아직까지는 실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죠. 그런데 저 나름 모델인데, 선수 카드에서 능력치 높여주시면 안돼요?(웃음)
위닝일레븐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NHN 측은 “조금 높였습니다. 91까지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구자철은 “구자철 카드 내일 모레면 끝나요? 저한테 하나 쏴주세요”라며 웃음 지었다.
- 구자철은 위닝에서 어떤 팀을 골라 어떻게 플레이 하나요?Koo: 저 같은 경우는 바르셀로나를 택해서 4명의 공격수를 전방에 세웁니다. 리오넬 메시, 다비드 비야, 이니에스타, 산체스. 그리고 파브레가스와 챠비를 허리에 두는 4-2-4 전술이죠. 실제론 불가능한 포메이션이에요. 어쨌든 게임이니까. 게임은 게임답게 즐겨야죠. 게임에서 실제처럼 공을 돌릴 필요는 없잖아요. 저는 패스를 안 하는 타입입니다. 계속 돌파하고 그래요. 그런데 온라인에서 1-0으로 이기고 있다고 공 돌리는 유저가 있어요. 그럴 땐 욕하고 싶죠.(웃음)
최근 구자철의 위닝 파트너라는 팀 동료 지동원은 “자철이 형은 일부러 빠르고 테크닉 좋은 선수들만 세워서 계속 돌파만 시도해요. 평소 본인 플레이와는 정 딴판이죠. 그래서 패턴만 파악하면 막기는 쉬워요”라고 귀띔해줬다.
- 톱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노력이 엄청났을 거 같아요.Koo: 처음 유럽 진출이라는 큰 꿈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해외에서 활동한 선수를 보면 화려해 보이고, 멋있어 보이잖아요. 그리고 축구는 유럽이 최고니까요. 욕심이 났었어요. 무조건 유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선배들한테 물어 보며 준비를 했어요. 그렇게 유럽에 진출하게 됐는데, 하나도 몰랐던 실제의 삶이 제 앞에 펼쳐졌죠. 그 정도로 힘들 줄 몰랐어요. 너무 심심했고요. 제가 처음 갔을 때 소속팀 선수들이 무시하는 경향도 있었어요. 경기장에서 내가 해야 할 걸 못 보여주니까 스트레스가 심했죠.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면, 내일이 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운동하기가 싫어서. 너무 재미 없는 삶이라 그저 빨리 한국에 돌아가고 싶단 생각뿐이었어요. ‘내가 기대한 건 이게 아닌데’라며요. 하지만 돌아갈 수 없었죠. 내 능력을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믿고 버텼습니다. 버틴다는 생각만 하다가 점점 마음을 고치고 최선을 다했어요. 아우크스부르크에 온 뒤 안정감을 찾았고 지금은 이 곳에서의 삶에 만족합니다. 1주일에 한, 두번씩 뮌헨에 가서 밥도 먹고, 여름엔 친구들과 선탠도 하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던 일상을 찾기 시작했어요.
- 지동원이 아우크스부르크에 왔습니다. 재미난 에피소드 있나요?Koo: 동원이랑 같이 있으니까 즐거워요. 동원이가 빨리 골을 넣었으면 좋겠고요. 제게도 동원이 같은 시기가 있었어요. 볼프스부르크에서 겪었죠. 꿈은 큰데, 나아갈 곳이 없었죠. 여기서 도태되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는 걸 아니까 어떻게든 치고 나가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을 겪어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요. 저도 도움을 받고요. 제가 동원이 통역을 다해요. 독일어를 잘 못하지만 조금 늘었고, 어쨌든 동원이보다는 나은 실력이니까.(웃음) 감독님이 따로 부를 때도 동원이가 저를 데려가고요. 휴식기에 터키에서 1주일 동안 전지훈련을 할 때 동원이가 다쳐서 나흘 정도 못 뛰었어요. 구단에서 난리가 났죠. 기대를 걸고 데려 온 선수가 곧바로 다쳤으니까. 밤 11시에 터키 현지식 침을 맞으러 가는데 저도 가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피곤해 죽을 것 같은데 무조건 가야 한다고. 2시간 동안 동행하면서 통역해주고, 치료 받는 거 챙겨주고 그랬죠.
![]()
구자철과 지동원이 한국 팬들에게 보내는 새해 인사 (사진=풋볼리스트)
|
- 이 곳에서 더 잘해서 가고 싶은 팀은 어딘가요?Koo: 갈 수만 있다면 첼시에 가고 싶어요. 한국 스폰서가 있
Walang komento:
Mag-post ng isang Komen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