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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맨유 공식 페이스북 캡쳐 |
지난 주말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에버튼의 후반전, '익숙한 얼굴'이 중계 화면에 잡히는 순간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한국 시각 기준 14일 목요일 새벽에 열릴 챔스 16강 1차전, 맨유와 맞붙을 레알의 수장이 현장에 나타난 것.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잠시 숨을 고른 '별들의 전쟁'을 재개하기에 앞서 무리뉴 감독이 맨체스터까지 날아와 직접 확인하려고 했던 그들의 포인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올 시즌 맨유라면 흠 잡을 데가 없다. '가장 최근의 패배'가 지난 12월 초 조 1위를 결정지은 뒤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CFR 클루이와의 챔스 조별 예선. 자국 리그에서의 '패배'라면 달력을 한 장 더 뒤로 넘겨 11월 중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리치 원정에서 1-0으로 일격을 당한 것이 퍼거슨 사단의 마지막 리그 패배다. 앞으로 12경기가 남은 맨유의 현재 승점이 65점이니 현 추세라면 무리뉴 감독이 첼시 시절 쌓아놓은 EPL 한 시즌 최다 승점(95점)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는 편. 이들에게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무리가 없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칠 것 없는 기세, 주인공은 단연 반 페르시 아닐까. 지난 주말에도 1골 1도움을 쏘아 올린 이 선수는 26라운드 현재, 19골로 득점 선두다. 현재 EPL에서 유일하게 60골 고지를 돌파한 맨유 득점의 31%를 책임졌으니 이적 첫 해의 임펙트는 그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정도, '퍼거슨표 로테이션'으로 루니, 웰백, 영, 카가와, 치차리토가 공격진에 번갈아 활용되던 중에도 반 페르시만은 한결같이 자리를 지켰다. 상대 수비의 뒷공간이 났을 때 순간 스피드를 끌어올려 일대일 찬스를 포착하는 능력은 에버튼전에서도 빛을 발했고, 여기에 폭넓게 움직이면서 펼치는 연계 능력 또한 좋았다. 또, 지난 경기들을 돌아보자면 수비벽을 앞에 두고 페널티 박스 바깥 지점에서 때리는 슈팅의 위력도 굉장했다.
반 페르시가 '골'이라는 결과 면에서도, 그리고 '공격을 전개'하는 내용 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자, 루니의 활용법도 다양해질 수 있었다. 조금 더 확실한 피니셔가 팀에 합류하자 루니가 팀 득점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은 한결 줄어든 편이었고, 이 선수는 조금 더 아랫선에서 사실상 미드필더의 역할을 수행하며 허리 싸움에 힘을 실어주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원에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즐겨 배치했던 맨유는 언제나 상대의 역습에 중원이 쉽게 뚫릴 위험을 안고 있었기에 루니의 수비 분담은 더욱 반가웠다. 이 선수가 앞선에서부터 유효한 1차 수비를 펼친 만큼 2선-3선도 평온해졌음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중원의 클레버리는 또 어떤가. 에버튼을 상대로 여느 때에 비해 측면에 큰 무게를 싣지 않았던 맨유, 측면에 배치된 긱스는 중앙으로 좁히는 경우가 많았으며 발렌시아는 수비에 공을 많이 들이곤 했다. 또, 정상적인 공격 전개에서도 상대 진영으로는 4~5명 정도만을 투입하는 데 그쳤는데, 이 상황에서 큰 힘을 준 것이 클레버리였다. 긱스와 스위칭을 이뤄내며 측면을 밟는 시간도 꽤 됐던 이 선수는 반 페르시와 루니가 중앙에서 볼을 돌릴 때, 부지런히 위로 올라가 어김없이 패스 루트 만들어냈다. 이는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하파엘의 공격 가담과 더불어 에버튼전에서 주효한 맨유의 공격 루트가 됐다.
공격 진영에서는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고, 수비 진영에서는 상대의 맥을 끊는 클레버리의 '성실함'과 더불어 늘 약점으로 꼽혔던 맨유의 중원 문제를 불식시킨 주인공, 캐릭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선수야말로 올 시즌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자원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하며 지대한 공을 세웠다. 후방에서 볼을 빼앗은 뒤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맨유는 빠른 공격 템포를 쉽사리 살리지 못했고, 재차 볼의 소유권을 잃는 장면도 꽤 나왔다. 그럴 때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캐릭의 존재,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켜주면서 패스의 줄기를 살리는 이 선수도 상당한 힘이었다.
이렇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맨유가 이번엔 '절대 만만치 않은' 레알 원정을 떠난다. 엘클라시코의 후유증으로 그라나다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으나, 지난 주말 치른 세비야전에서는 후반 15분 만에 일찌감치 네 골이나 퍼부으며 호날두를 비롯 주전 자원들을 빼며 주중 맨유전을 준비했다. 여기에 두 감독의 상대 전적 또한 이번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하는 요소로 통한다. 무리뉴 감독이 본인의 홈 구장에서 퍼거슨 감독을 상대했을 때의 전적은 3승 3무,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2009년 3월, 챔스 무대에서의 맞대결 이후 근 4년 만에 다시 만나는 두 감독이 이번엔 어떤 결과를 낳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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